벼락치기에 숨은 비밀벼락치기에 숨은 비밀

Posted at 2010. 12. 31. 20:19 | Posted in 교양/심리학의이해



학창시절 시험공부 방법 중 벼락치기는 기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선생님들은 공부를 꾸준히 하라고 강조하시고, 학생들은 여전히 벼락치기로 시험을 대비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벼락치기를 하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효과를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그 효과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기억의 구조나 인지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인간의 기억 영역 중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은 오랜 기간 동안 그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가 다시 인출할 수 있는 영역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100% 보존하지는 못하며, 최대한 기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시연(elaborative rehearsal). 즉, 대충 의미를 생각하지 않은 채로 외우는 것이 아닌, 의미를 부여하여 외우는 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정교화시연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특정 정보에 주의를 가지고, 맥락을 만들어 서로 연관된 정보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 각성상태인 주의를 쏟는다는 것은 당연히 시간적 제한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몇 달이 지나도 긴장한 상태로 주의를 쏟는다면 인간의 뇌는 탈진되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유입된 다른 정보들의 간섭으로 인해 정보가 오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똑같은 정보를 암기했을 때, 비교적 주의력이 많이 남아있고, 덜 오염된 최근의 정보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벼락치기를 선호할 지도 모른다. 물론 스스로 시간 계획을 지키지 못해서 차선으로 택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법이 기마트리아(Gimatria) 훈련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기억력 천재 에란카츠(Eran Katz)가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정보를 전부 기억하는 것도 이러한 원리에서 비롯된다. 즉, 인간의 기억은 단지 수집한 정보를 복사하여 저장하는 하드웨어적인 요소를 뛰어넘어 도식(schema; 낱낱의 정보를 연관된 개념으로 묶어서 재구성한 정보단위)을 활성화하여 획득한 정보를 연결시키는 단서를 만들어 더 풍부한 사회적 추론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이 전략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구사할 것인가가 기억력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이제 곧 중간고사가 시작되는데 이러한 방법이 단지 짧은 기간을 두고 측정하는 정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 둔 시험이 아니라 평소에 자기 전공이나 관심사에 이러한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전체 행로에 중요한 메시지를 늘 기억하고, 늘 반추할 수 있는 커다란 혜안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성호 · 중앙대 심리학 박사

출처 : 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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