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대학원 수업의 의미 - 기억, 리플레이내가 찾은 대학원 수업의 의미 - 기억, 리플레이

Posted at 2010. 12. 31. 20:01 | Posted in 교양/심리학의이해

회의적인 하루 이틀의 연속이 언제부턴가 무료함을 더할 즈음이었다. 무난하게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고 한두 번의 술자리가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묵직한 납덩어리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대학원에서 ‘사회문화심리’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학부전공은 신소재 공학이어서 이에 따르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납덩이였고 바로 그 날 강의가 있기 전 나의 얼굴이었다.

칠판에 주어진 단어는 ‘학제주의’였다. 이 주제는 다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지만 사실 그 의미를 담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의는 나에게 커다란 엔진을 달아주었다. 대략 그 강의 내용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스스로 울타리를 쌓는 것이고,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궁극적인 수학의 경지 또한 학제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골자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나의 용기를 북돋아 그 동안 심리학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카오스적 해석법을 내 연구에 시도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학기말 보고서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설게 쳐다보았으며 인정하기에 앞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고급수학공식이 있어서 난감한 수업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나의 시각을 한 단계 올려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나아가 내가 박사과정까지 올 수 있었던 동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수업 대부분이 그 당시 사회적으로 융성했던 사건들을 끊임없이 거론하여 여러 가지 이론을 쉽게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내 짧은 해석 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업과 현실이 떨어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논문을 쓸 무렵, 또 다른 심리학 수업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여태껏 습득했던 지식들을 가지고 스스로 그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우리가 머무는 학교 안에서의 시간은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지 똑같은 결과를 안겨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렇다면 대학원 생활에 던져진 화두는 무엇일까. 물론 사람들마다 답변이 다르겠지만 대학원 생활은 자신이 담아온 의미를 훨씬 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공통적인 맥락이 있다는 가정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반적인 사실일지도 모른다. 심리학 수업들은 내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년 동안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가져다주었으며 지금도 내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심리학과 박사과정 허성호의 기억

출처 : 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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